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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왜 우리는 늘 선택에 고민할까?– 자유의지와 결정의 철학

by bm-manmulsang 2025. 4. 7.

왜 우리는 늘 선택에 고민할까? 오늘은 사르트르와 스피노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해 볼 예정입니다.

왜 우리는 늘 선택에 고민할까?– 자유의지와 결정의 철학
왜 우리는 늘 선택에 고민할까?– 자유의지와 결정의 철학

선택의 순간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

오늘 뭐 먹지?라는 사소한 질문부터, 진로 변경, 결혼, 아이 교육, 삶의 터전 이동 같은 인생을 뒤흔드는 결정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그 수많은 선택들 앞에서 우리는 유독 많이 망설이고, 때로는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머물기도 한다.

누군가는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못 고르겠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선택해도 결국 후회하잖아라고 고개를 젓는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이 고민은 단순히 결단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안에는 우리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다는 믿음과 그에 따르는 책임의 무게가 숨어 있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건 분명 멋진 일이다. 그러나 그 선택에 따른 결과 역시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점에서, 선택은 곧 부담과 불안을 동반한다. 내가 지금 올바른 선택을 하고 있는 걸까?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질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럴 때 철학은 조용히 우리 곁에 다가와 묻는다.
당신은 지금 진짜 자유롭게 선택하고 있는 걸까요?

 

사르트르와 스피노자, 전혀 다른 두 시선

이 질문에 대해 철학자들은 놀랍도록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그중 두 명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와 바뤼흐 스피노자는 같은 인간의 '선택'을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바라본다.

사르트르는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실존주의 철학자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의 존재를 형성해 나가는 존재다.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그의 유명한 말처럼, 인간은 어떤 고정된 본질 없이 이 세상에 던져지고, 그 이후 모든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만들어간다.

사르트르는 이 자유를 축복이자 형벌이라 불렀다.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해야 하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선택하지 않을 자유조차도 없다. 선택하지 않는 것 역시 하나의 선택이며, 그것조차도 책임져야 한다.
자유는 우리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선택의 불안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반면 스피노자는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그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철학자로, 인간을 자연의 일부, 즉 필연적인 인과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로 봤다. 스피노자에게 있어서 인간의 감정, 욕망, 생각, 그리고 선택까지도 모두 자연 법칙 속에 포함된 현상이다.

우리는 스스로 자유롭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가진 욕망, 자라온 환경, 현재의 조건 등 수많은 원인들이 우리의 결정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우리가 이 음식을 먹고 싶다라고 선택한 것도, 사실은 내 몸의 상태, 이전의 경험, 감정의 흐름, 환경적 조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스피노자에게 진정한 자유란, 이러한 필연성을 자각하고, 그 원인들을 이해해 나가는 것이다.
즉, 내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가를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다면, 그 순간 우리는 더 이상 휘둘리는 존재가 아닌 자유로운 존재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선택의 자유, 받아들이기 또는 내려놓기

사르트르의 말대로라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늘 불안 속에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 하지만 그 불안은 바로 우리가 자유롭다는 증거다. 선택은 어렵지만, 우리는 그 선택을 통해 자기 삶을 창조한다. 매일의 사소한 결정 하나하나가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고, 그 나를 또 다음 선택으로 이끌어간다.

반면 스피노자의 관점은 우리를 좀 더 편안하게 해준다. 모든 것이 우리의 탓만은 아니며, 우리가 왜 그런 결정을 내리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로 향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그의 철학은 때로 자책에 빠지기 쉬운 우리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어도, 이해하려는 태도는 우리를 조금 더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결국 선택은 언제나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자유의 무게를 껴안고 나아갈 수도 있고, 흐름을 이해하고 때론 내려놓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선택 자체보다, 그 선택에 대한 우리의 자세일지 모른다.

오늘도 우리는 어떤 선택 앞에 서 있다. 그리고 그 고민 자체가, 우리가 여전히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려는 존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선택이 어려운 날, 가만히 이렇게 되뇌어보자.
나는 지금, 나의 삶을 살아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