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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행복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 vs 현대 심리학

by bm-manmulsang 2025. 4. 7.

행복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오늘은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시선과 현대 심리학의 연구를 나란히 놓고,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를 함께 들여다보려 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삶의 질문 - 행복이란 무엇인지, 조심스럽게 풀어봅시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 vs 현대 심리학
행복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 vs 현대 심리학

고대 철학자들이 말하는 행복의 본질

우리는 모두 행복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정작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행복은 단지 기분 좋고 웃음이 나는 상태일까? 아니면 더 깊고, 지속적인 어떤 상태일까?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에우다이모니아(eudaimonia)라 불렀다. 단순한 감정이 아닌, 인간 존재의 궁극적인 목적이며 가장 완전한 삶의 상태라고 보았다. 그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인간 행위의 목적이며, 그 자체로서 추구되는 것이다.

즉, 부, 명예, 쾌락 등은 모두 다른 목적을 위한 수단이지만, 행복은 그 자체로서 가치 있는 최종 목적이라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행복이 단순한 감정이 아닌 탁월한 삶을 지속적으로 실현하는 상태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가진 이성, 도덕성, 사회적 덕목들을 조화롭게 발휘하며 살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행복은 운이나 외부 조건에만 좌우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떤 덕을 쌓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고대 철학자들에게 있어 행복은 '느낌'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었다.

 

현대 심리학이 발견한 행복의 조건들

수천 년이 흐른 지금, 행복은 여전히 중요한 연구 주제다. 다만 관점은 조금 달라졌다. 현대 심리학은 행복을 측정 가능한 상태로 보고, 다양한 실험과 데이터를 통해 그 본질을 탐구한다.

대표적인 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긍정심리학의 창시자로, 행복을 구성하는 5가지 요소(PERMA 모델)를 제안했다.

  • Positive Emotion (긍정 감정)
  • Engagement (몰입)
  • Relationship (좋은 관계)
  • Meaning (삶의 의미)
  • Accomplishment (성취감)

이 다섯 가지 요소는 단순히 기분 좋은 상태 이상을 포함한다. 특히 의미와 몰입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행복의 개념과도 유사한 부분이 있다. 인간은 쾌락만으로는 오래 지속되는 만족을 느끼지 못하며, 의미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더 깊은 행복을 경험한다.

또한 현대 심리학은 행복의 50%는 유전, 10%는 환경, 40%는 자신의 선택과 활동에 달려 있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한다. 이 말은 곧, 우리 대부분은 행복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현대 심리학도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어느 정도 교차한다.
행복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공통된 통찰이 있는 것이다.

 

행복을 선택하는 삶, 가능할까?

그렇다면 우리는 실제로 얼마나 자주, 스스로 행복을 선택하며 살고 있을까?
현대 사회는 우리에게 수많은 선택지를 주지만, 동시에 더 큰 비교, 불안, 자기 비판을 안겨주기도 한다. SNS 속 남의 삶과 비교하며 나는 왜 저렇게 못 살지? 하는 순간, 행복은 멀어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습관과 실천을 강조했다. 아무리 옳고 좋은 삶의 방향을 알아도, 그것을 꾸준히 실천하지 않으면 덕이 되지 않는다고 봤다. 마찬가지로, 현대 심리학에서도 행복한 사람의 공통된 습관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감사일기 쓰기, 의미 있는 관계 유지, 자연 속 걷기, 성취감을 느끼는 활동 등은 모두 과학적으로 입증된 행복 증진 행동들이다.

행복은 운이나 특별한 사건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반복적으로 쌓아가는 습관이 우리를 더 깊고 단단한 행복으로 이끈다.
그리고 그 시작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잠깐의 햇살을 느끼며 커피 한 잔을 음미하는 순간, 아이의 웃음을 바라보는 짧은 눈맞춤 속에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을 경험할 수 있다.

결국 아리스토텔레스와 현대 심리학은 서로 다른 시대에 살았지만, 행복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행복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리 삶이 조금 느리더라도, 그 속에 의미와 사랑이 있다면, 우리는 이미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