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은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놀이다", "쓸모없는 학문이다"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특히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인공지능, 금융, 공학 등 실용 학문이 각광받는 시대에 철학은 더더욱 무용한 것으로 취급되곤 합니다.
하지만 과연 철학은 정말 '쓸모없는' 학문일까요? 오히려 우리는 매일 철학의 혜택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단지 그것을 철학이라고 인식하지 못할 뿐입니다.
이 글에서는 철학이 우리 삶에 여전히 꼭 필요한 이유, 그리고 그 실제적인 가치를 세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생각하는 힘: '왜?' 라고 묻는 능력
우리는 매일 선택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입을지,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어떤 기준을 세울지. 이 모든 것은 생각의 과정이며, 바로 그 생각의 틀을 제공하는 것이 철학입니다.
철학은 '왜 그렇게 믿는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게 합니다.
예를 들어, 정의란 무엇일까요? 공정한 사회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롤스는 정의를 "무지의 베일" 개념으로 설명하며, 진정 공정한 사회는 특정한 이해관계를 배제한 상태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사유는 오늘날 사회 제도 설계, 정책 결정, 심지어 기업의 윤리 강령을 만드는 데까지 영향을 줍니다.
철학은 복잡한 문제에 단순한 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한 문제에 감춰진 복잡함을 드러내며, 질문을 더 깊이 있게 만들죠. 바로 이 점이 철학이 주는 '생각하는 힘'입니다.
지식이 넘치는 시대일수록, 비판적 사고력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정보를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옳은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 이 힘이 바로 철학을 통해 길러지는 것입니다.
삶의 방향과 의미를 찾는 나침반
"나는 왜 사는가?",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철학은 단지 추상적인 개념을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각자의 삶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학문입니다.
현대 사회는 효율성과 성과 중심의 사고에 매몰되기 쉬운 환경입니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삶의 본질적 목적을 잃고, 방향 없이 표류하게 됩니다. 철학은 이러한 공허함 속에서 '나는 누구인가', '무엇이 나에게 중요한가'를 돌아보게 합니다.
고대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성찰 없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진리를 강요하지 않았고, 단지 질문을 던지며 사람들 스스로 생각하게 했습니다. 현대에도 이 방식은 유효합니다.
삶이 흔들릴 때, 철학은 위안을 주는 학문이라기보다 스스로를 다시 붙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나침반 역할을 합니다.
또한 동양 철학에서는 '도(道)'의 개념처럼,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삶을 모색해 왔습니다. 이는 단지 이상론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실천적 지혜를 담고 있죠.
이렇듯 철학은 인생의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을 제공해 줍니다.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힘
철학은 개인의 내면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방향성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정치철학은 사회 제도의 정당성을 고민하고, 윤리학은 올바른 행동과 책임을 묻습니다. 환경철학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려 하며, 기술철학은 인공지능이나 생명공학과 같은 신기술이 우리의 존재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성찰합니다.
우리가 흔히 당연하게 여기는 '인권', '민주주의', '평등' 등의 가치도 사실은 철학적 논쟁과 사유를 통해 사회에 뿌리내리게 된 개념입니다.
예컨대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인간만의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합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문제가 아니라 철학적 문제입니다. 인간의 판단, 책임, 도덕성은 무엇으로 정의되는가?
이러한 문제들은 법률, 교육, 윤리 지침 등 사회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즉, 철학은 사회가 단지 효율적이기만 한 시스템이 되는 것을 막고, 인간다운 사회가 되도록 견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철학은 오늘도 사회를 더 깊이 있게 만들며, 공동체의 가치 기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철학은 시험 점수를 올려주지 않을 수도 있고, 당장 수입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철학은 우리가 인간답게 생각하고, 느끼고, 살아가도록 돕는 가장 본질적인 도구입니다.
쓸모있다, 없다를 넘어서 철학은 우리 삶 그 자체에 닿아 있는 학문입니다.
'왜'라고 질문할 수 있는 용기,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진지함,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상상력.
이 모든 것은 철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선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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